시와 감상

지상에서의 며칠[나태주]

JOOFEM 2007. 6. 16. 18:48

 

 

 

 

 

 

 

 

지상에서의 며칠[나태주]

 

 

 

 

때 절은 종이창문 흐릿한 달빛 한줌이었다가

바람부는 들판의 키 큰 미루나무 잔가지 흔드는 바람이었다가

차마 소낙비일 수 있었을까? 겨우

옷자락이나 머리칼 적시는 이슬비였다가

기약없이 찾아든 바닷가 민박집 문지방까지 밀려와

칭얼대는 파도소리였다가

누군들 안 그러랴

잠시 머물고 떠나는 지상에서의 며칠, 이런 저런 일들

좋았노라 슬펐노라 고달팠노라

그대 만나 잠시 가슴 부풀고 설레었지

그리고는 오래고 긴 적막과 애달픔과 기다림이 거기 있었지

가는 여름 새끼손톱에 스며든 봉숭아 빠알간 물감이었다가

잘려나간 손톱조각에 어른대는 첫눈이었다가

눈물이 고여서였을까? 눈썹

깜짝이다가 눈썹 두어 번 깜짝이다가......

 

 

 

 

 

 

 

 

떠도는 나의 한숨[주페]

 

 

 

재채기가 시속 백오십킬로라는데
나의 긴 한숨은
시속 이,삼킬로쯤 되려나
아니, 긴 아주 긴 한숨이라면
십킬로쯤은 된다고 치자
나의 긴 아주 긴 한숨은
어머니의 숨결이 되었다가
어머니의 아픈 가슴이 되었다가
창문너머로 가출하여
시속 팔십킬로의 자동차의 바람에 휩쓸려
압구정동을 싸돌아 다니다가
연인의 가슴에 뜨거움이 되어
먼 정동진의 해돋이 앞에서
경탄도 되었다가
돌고 돌아
철썩이는 파도의 포말로 붙잡혀
눈꿈벅이는 생선의 가슴속에
숨어들어
다시 내 밥상으로 돌아와
삶의 리비도가 되어 있다
"야, 이 고기 맛있네!"
하도 기가 막혀 눈물나오는 재채기
이야호! 떠도는 나의 한숨은
슬픔이었다가
열정이었다가
한숨이었다가
재채기였다가


* 신유진이라는 시사랑회원의 시에 답시로 2001년에 카페에 올렸던 건데 언제 쓴건지는 확실치 않음. 

 

 





 

 

 

 

 긴 한숨 끝은 언제나 슬픔이다 [신유진]




내가 그토록 사랑했던 별은 보이질 않는다.
아무것도 없다.

예고되었 듯이 결국 토해지는

한숨.
아무도 없다.

덩그렁 떨어진 저것은,

가슴.

 

 

 

 

 

* 눈썹 두어번 깜박이면  지상에서의 며칠이 휙하고 지나간다.

   한숨지을 일 없고 아쉬워할 일 없다.

   별똥별 떨어지듯 사라지듯

   세상은 언제 그랬냐는듯 변함없이 시침을 뚝 뗀다.

   슬퍼할 겨를없이

   한 호흡, 한 눈 깜박임으로도

   즐거워 하고 기뻐할 일이다.

 

   그저께 대학 일년선배들을 만났다.

   최고의 대기업 상무가 되어있는 선배도 있다.

   학교 다닐 땐 노는(?) 일에 열심이더니

   취직해서는 일하는 일에 열심이었던 게다.

   거의 이십삼년만의 만남이니

   한 호흡만에 만난 것은 아닌데

   세월이 찰나처럼 여겨진다.

   지상에서의 며칠이 그 선배들과의 만남을 허락치 않을까 하여

   케이티엑스 타고 서울까지 가서

   부러 만나고 왔다.

   눈 한번 깜박이는 동안 다시 한번 만나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