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나를 조율한다[시바타 산키치]

JOOFEM 2008. 3. 13. 22:26

 

 

 

 

 

 

 

 

나를 조율한다[시바타 산키치]

 

 

 

 

나는

미미한 습도에도 늘어나고 줄어드는 머리칼 한 올

당신의 손길이 닿아

아주 작은 진동에도

깨져 버리는

악기

 

목소리는 금세

음계를 벗어나므로

나를 가끔 조율해야만 한다

소리굽쇠에 나를 얹고

나를 소리굽쇠에 얹어

고요한 '시간'의 조율사에게

몸을 맡긴다

 

물 밑바닥에서 모음을 늘려 가는 나는

바람에 조율되고

드디어 물을 조율한다

세상이 언젠가

어두운 질서로부터 풀려나기를

나는 꿈꾼다

사람의 고동이 모여

음악이 되는 시대를

 

 

 

 

 

 

* 35년된 피아노가 있다.

가끔은 조율을 해주어야 한다.

조율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미미한 습도나 온도 혹은 다른 조건들에 따라

악기는 아주 민감하게 소리를 낸다.

나무조차 바닷물에 담그었다,말렸다를 반복하며

비틀어지는 변형을 방지한다.

좋은 악기는 만들 때 정성을 들인다.

이 어두운 세상에 나를 세우려면 얼마나 많은 조율이 필요한가

하루하루가 전쟁이고 지옥인데

가끔 조율해서는 안되고 끊임없이 조율하고 또 조율해야 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