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강가의 나무[박기동]
JOOFEM
2009. 2. 4. 21:41
강가의 나무[박기동]
나는 그냥 서 있다.
주소지를 떠나본 적 없다.
강물 쪽으로 내 몸이 기울어 가는 것은
네가 물위로 한번 지나간 적 있어서다.
오늘도 나는 그냥 서 있다.
바람 불어 내 잎이라도 하나
네게 떨구어, 정확하게 네 가슴에 떨구어
흐르도록 해야겠다.
너는 끝내 다시 오지 않을 것이고
나는 끝끝내 뿌리를 옮기지 않을 것이니
* 나무는 변함없이 그 자리에 서있지만
바람은 나무를 지나가고
구름도 나무를 지나가며
계절조차 나무를 지나간다.
지나간 것은 다시 오지 않지만
다른 바람이, 다른 구름이, 다른 계절이 새롭게 올테니
나무는 또 변함없이 그 자리에 서있을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