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대교 연가[윤관영]
단양의 고수대교
고수대교 연가[윤관영]
그 애는 첫사랑
무릎 나란한 책 읽기를 맞갖아 했다
언젠가 그 애가 영혼(靈魂) 읽기를
난 왜 이 글자가 운괴(雲槐)로 보일까 했다
또 한 번은 정오(正午)를, 순간
오천(五千)으로 읽어 날 웃겼다
그 愛는 내 첫사랑
다리가 보이는 터미널 아래
낚시점 앞에서 눈주었던 첫키스
정오는 아니었고 자정 무렵이었다
고수대교는 그 자리를 고수하고 있고
그 애는 첫사랑 그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무릎 위에 책 놓은 애를 보면
한 번 더 보게 된다 남한강처럼
오천 년은 갈 영혼의 사랑
터미널에 가면 고수대교가 보이고
고수대교를 보면 내 늑골에 안쭝잡은
그 애의 영혼이 만져지는 듯해,
세워 둔 차의 열쇠를 확인하듯
내 갈비께를 더듬는다
가까이 내 갈비뼈
고수대교가 보인다
올라가면 雲槐층층 천동이요 좌회전하면
영영한 봄 영춘이다.
* 잘못 꼬인 인생조차 웃어넘기고 큰 다리를 고수한다는 것.
그것이 영영한 사랑이다.
대교는 언제나 대교를 지키며 늘 그 자리에 있다.
인생의 정오가 지나고 이제 오천 년은 족히 떠돌 영혼이 될 준비를 하며
영영한 사랑을 꿈꾼다.
갈비뼈는 잘 붙어있는지 더듬으며 건널 다리는 저멀리 단양에 있다.
갈비뼈 찾으러 한번 가야겠다, 고수대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