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붉은 우체통[황지우]
JOOFEM
2009. 8. 17. 22:28
붉은 우체통[황지우]
붉은 우체통이
멍하니
입벌리고 서 있다
소식이 오지 않는다
기다리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思想이 오지 않는다
사랑하는 이여
비록 그대가
폐인이 될지라도
그대를 버리지 않겠노라
고 쓴 편지 한 통 없지만
병원으로 가기 위해
길가에서 안개꽃 한 묶음을 사는데
두 다리가 절단된 사람이
뱃가죽에 타이어 조각을 대고
이쪽으로 기어서 온다
* 요즘은 편지를 쓰는 일이 드물다.
사랑하는 사람에게조차 편지를 쓰지 않는다.
이메일이나 쪽지가 있고 혹은 손전화나 문자를 날리기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우체통은 점점 사라져서 붉은 우체통을 구경하기가 힘들다.
원고지에 칸 무시하고 휘갈겨쓰던 편지를 이제 누구에게도 부칠 수 없음이 안타깝다.
내 편지를 받아줄 사람도, 읽어줄 사람도 없음이 저 우체통이 사라지는 것만큼이나 서럽다.
아직도 만년필은 편지 쓸 일을 도모하면서 서랍을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