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플라타너스[김현승]
JOOFEM
2009. 10. 13. 12:45
플라타너스[김현승]
꿈을 아느냐 네게물으면
플라타너스,
너의 머리는 어느덧 파아란 하늘에 젖어있다.
너는 사모할 줄 모르나
플라타너스,
너는 네게 있는 것으로 그늘을 늘인다.
먼길에 올 제
호올로 되어 외로울 제,
플라타너스,
너는 그 길을 나와 같이 걸었다.
이제 너의 뿌리 깊이
나의 영혼을 불어놓고 가도 좋으련만
플라타너스,
나는 너와 함께 신이 아니다!
수고로운 우리의 길이 다 하는 날
플라타너스,
너를 맞아줄 검은 흙이 먼 곳에 따로이 있느냐?
나는 길이 너를 지켜 네 이웃이 되고 싶을 뿐,
그 곳은 아름다운 별과 나의 사랑하는 창이 열린 길이다.
* 지금은 가로수가 엄청 다양해졌지만 옛날에는 플라타너스가 주류였다.
썩 좋은 나무같진 않았는데 플라타너스라는 이국적인 이름이 좋아서 그냥 좋아했던 것 같다.
길마다 일정한 간격으로 서있고 제법 굵직한 허리둘레로 위용을 보여주던 플라타너스.
가을이면 큼직한 낙엽을 떨구어 가로를 더욱 을씨년스럽게 하던 기억이 난다.
단풍이나 은행잎처럼 낭만은 없이 그저 청소부만 괴롭히던 낙엽들......
지금도 플라타너스가 즐비한 가로가 있는지 궁금하다.
김현승시인이 지금 다시 시를 쓰신다면 플라타너스를 시제목으로 쓸지도 궁금하다.
다만 추억속에 존재하는 플라타너스는 여전히 나의 이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