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해바라기[신현정]
JOOFEM
2009. 10. 25. 21:15
해바라기[신현정]
해바라기 길 가다가 서 있는 것 보면 나도 우뚝 서보는 것이다
그리고 하루에도 몇 번이고 쓰고 벗고 하는 건방진 모자일망정
머리 위로 정중히 들어올려서는
딱히 누구라고 할 것 없이 간단한 목례를 해보이고는
내딴에는 우아하기 그지 없는
원반 던지는 포즈를 취해 보는 것이다
그럴까
해를 먹어 버릴까
해를 먹고 불새를 활활 토해낼까
그래 이렇게 해야 한다는 거겠지
오늘도 해 돌아서 왔다.
월간 『현대문학』(2009년 10월호)
시인 신현정
* 날마다 해는 돌아오지만 그렇다고 영원한 것은 아니다.
적어도 인간에게 해는 영원하지 않다.
해는 매일 동쪽에서 뜨고 있지만 서쪽에서 뜰 수도 있고
영 다시는 뜨지 않을 수도 있다.
신현정시인에게 있어서 이제 다시 해는 뜨지 않는다.
이천구년 시월호에 실린 이 시가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신현정시인은 천상병시인처럼 맑은 영혼을 가진 시인으로 기억된다.
누구나 이 세상에 소풍 왔다가 도로 하늘로 돌아간다.
지금쯤 잔뜩 부어있는 하나님과 해맑은 미소를 짓고 있는 천상병시인과
파안대소를 하며 염소처럼 거룩한 수염을 쓰다듬고 있을지도 모른다.
고 신현정시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