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거룩한 허기[전동균]
JOOFEM
2010. 7. 2. 21:22
살바도르 달리
거룩한 허기[전동균]
피네스테레* 세상의 끝에 닿은 순례자들은
바닷가 외진 절벽에 서서
그들이 신고 온 신발을 불태운다
지는 해를 바라보며
나는
청둥오리 떼 날아가는 미촌 방죽에서
매캐한 연기에 눈을 붉히며
내가 쓴 시를 불태운다
* 피네스테레: 포르투갈의 지명. ‘산티아고의 길’의 끝으로, 로마인들은 이곳을 세상의 끝이라고 믿었다
* 거룩하다,는 것은 구별된다는 것이다.
세상의 끝에서는 이제 더이상 갈 곳이 없으니 지나온 길을 구별짓기 위해 신발을 태운다지만
시를 쓰는 이가 자신의 시를 태운다니 아직 끝에 다다른 것도 아닌데......
아마도 지금까지와는 구별된 시를 쓰고싶다는 것은 아닌지.
시다운 시를 쓰기 위해 느끼는 허기는 아닌지.
허기를 느낀다는 것은 아직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니
세상 끝날까지 거룩한 시를 계속 써나가길 바랄 뿐이다.
모든 시인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