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천국은 없다[허연]

JOOFEM 2010. 11. 4. 01:04

 

                                                  누가 이 여인에게 돌을 던질 수 있단 말인가.

 

 

 

 

 

 

천국은 없다[허연]

 

 

 

 

  사랑은 지긋지긋한 날들 중에 찾아온다. 사랑을 바꾸면 고뇌도

바뀔 줄 알지만, 찾아들어 가는 방이 달라졌을 뿐 고뇌는 그대로

다. 그것이 인간이 하는 사랑이다. 바로 옆 사람이 죽어도 성경책

이나 찾아야 하는 인간의 사랑이다. 그들이 세운 위태로운 탑이

사랑이다. 믿지 않겠지만 탑은 무너진다. 무너지는 시간은 상상력

을 넘어선다. 먼지 휘날리는 종말의 날은 아주 짧다. 모두 다 보여

준 것 같아도 전부 보여준 인간은 여지껏 없다. 거짓말을 할 뿐이

다. 탑이 무너져도 살아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처에도 자존심

은 있다. 하늘이 무너진 척하지만 따라 죽지 않는 상주가 퍼 먹고

있는 육개장의 맛 같은 거. 그 순간 탑은 다시 세워진다. 치마가

아무리 인간적이어도 무너지는 탑을 막을 수는 없고, 이 형벌은

무한반복이다. 탑을 세우는 죄, 보이는 것만 본 죄, 영원하다고 착

각한 죄, 그 죄가 이토록 무겁다.

 

 

 

 

 

 

 

* 해는 늘 아침이면 동쪽에서 뜬다.

그렇다고 해서 내일도 동쪽에서 뜬다는 건 아니다.

무엇이든 처음과 끝이 같길 바라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그 개연성.

믿음의 탑을 쌓는다고 해서 그 탑이 늘 우뚝 서 있는 건 아니다.

끊임없이 무너지고 다시 쌓고 또 무너지고, 그게 죽을 때까지의 삶이고 시험이다.

시험 가운데 놓였을 때 성경책을 놓아서는 안된다.

성경책안에 사람의 삶의 모습이 다 들어있기 때문이다.

ㅅ교회의 ㅈ목사는 존경하는 몇 안되는 목사중의 한사람이다.

책으로도 만나고 강화도 수련회에서도 설교를 들으며

참된 목회자라 생각했다.

그랬던 그가 시험에 들어 ㅅ교회를 떠나게 되었단다.

교회건물이 없이 모범적인 교회를 이끌었는데 그리 되었다.

우리는 이 세상에 발을 디디고 살면서 숱한 죄와 시험 가운데 산다.

천국에도 죄와 시험이 존재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