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풍선장수[류인서]
JOOFEM
2011. 1. 8. 10:32
풍선장수[류인서]
너는 바람장수
아니, 호박장수
다른 아침에서 온 떠돌이 신발장수
너는 짐짓 자신의 가슴 안으로 손을 찔러 넣어
쪼그라든 부레를 꺼내 흔들어 보이곤 했다
"알고 있었니 우리가 바다라는 거"
똥그랗게 물고기 눈으로 올려보는 아이들에게
풍선을 불어주곤 했다
저문 강물 쪽으로 서 있던 사진 속 아프가니스탄의 그 풍선장수처럼
너는 자전거 뒷바구니 가득 풍선다발을 매달고
바다시장 사람들 사이를 지나가는 키다리 풍선장수
부레 없는 고래가 애드벌룬으로 뜨는 밤
물고기주둥이 술병과 함께 우리는 노래를 부르지만
딸꾹딸꾹 부레 같은 술병을 안고
번번이 다른 잠이 들지만
* 어릴 때 바나나 하나면 마음이 참 부자였다.
작은 입에 바나나 한 입 베어물면 입안 가득 풍요가 녹아들었다.
또 풍선은 어땠는가.
터지기 직전까지 풍선을 푸악푸악 불면 탱탱해지는 희망이
우리 가슴에 하나 가득이 아니었던가.
세월이 이만큼 흐르고보니 풍선의 탱탱함도 김이 빠져버리고
입안 가득 바나나도 풍요를 느낄 수 없다, 저문 강의 풍선장수처럼.....
이제는 뿌듯함이 슬그머니 그리워지는 때가 되었다.
별로 즐기는 것은 아니지만 버거킹 햄버거 한 입 베어물고 뿌듯함을 느껴보아야겠다.
오, 그리운 뿌듯함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