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숲 [이영광]

JOOFEM 2011. 5. 1. 20:58

 

 

 

 

 

 

 

  숲 [이영광]

 

 

     나무들은 굳세게 껴안았는데도 사이가 떴다 뿌리가 바위를 움켜 조이듯 가지들이 허공을

   잡고 불꽃을 튕기기 때문이다 허공이 가지들의 氣合보다 더 단단하기 때문이다 껴안는다는

   이런 것이다 무른 것으로 강한 것을 전심전력 파고든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다면 나무들의 손

   아귀가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졌을 리가 없다 껴안는다는 것은 또 이런 것이다 가여운 것이

   크고 쓸쓸한 어둠을 정신없이 어루만져 다 잊어버린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이글거리는 포옹 사

   이로 한 부르튼 사나이를 有心히 지나가게 한다는 뜻이다 필경은 나무와 허공과 한 사나이를,

   딱다구리와 저녁 바람과 솔방울들을 온통 지나가게 한다는 뜻이다 구멍 숭숭 난 숲은 숲字로

   섰다 숲의 단단한 골다공증을 보라 껴안는다는 것은 이렇게 전부를 통과시켜 주고도 제자리에,

   고요히 나타난다는 뜻이다

 

 

 

 

 

 

 

 

  * 숲에는 많은 종류의 나무들이 산다.

   신기한 것은 이 나무들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살며 가지를 뻗어도 이웃 나무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는다.

   껴안은 것 같지만 적당한 허공을 만들어 서로 소통하며 배려의 바람을 사이사이 불게 허용해 준다.

   나무들이 모여 하나의 숲을 이루며 아름다운 사회를 이룬다.

   나무들도 이렇듯 나름의 질서를 유지하며 사는데 하물며 인간은 숲과 같은 포용의 사회를 이루어야 하지 않을까.

   숲이 주는 산소와 같은 신선함을 이 사회에도 불어넣어 주는 아름다운 마음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