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국수를 삶는[윤관영]

JOOFEM 2011. 6. 4. 08:52

 

                           윤관영시인의 하선암 집 풍경. 물 맑고 공기 좋은.......

 

 

 

 

 

국수를 삶는[윤관영]

 

 

 

 

국수를 삶는 밤이다

일어나는 거품을 주저앉히며

창밖을 본다 滿開한

벚나무 아래 평상에서 소리가 들린다

웃음 소리가 들린다

젓다가 찬물에 헹군다

누가 아들과 아내 떼어놓고 살라 안 했는데 이러고 있듯

벚꽃은 피었다

기러기아빠라는 말에는 국수처럼 느린 슬픔이 있다

비빈 국수 냄비의 귀때기를 들고

저 벚꽃나무에 뛰어내리고 싶은 밤이다

저 별에게 국수를 권해 볼까

국수가 풀어지듯

소주가 몸 속에서 풀리듯

국수를 삶는 내가

벚꽃에 풀리고 있다

 

 

국수가 에부수수

벚꽃처럼 끓는 밤이다

 

 

 

 

 

 

 

* 아마도 윤관영시인이 하선암에 살고 있을 때 쓴 시인가보다.

지금은 서울에서 국수는 구경도 못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삼,사년전 하선암에서 하룻밤 묵을 때 저녁식사로 국수를 대접받았다.

이른 저녁이라 이건 간식이겠지, 싶었는데 알고보니 그게 저녁이었다.

(그런 줄 알았으면 더 주세요, 했을텐데.......지금도 주페는 국수종류는 곱빼기를 먹어야 되니까......ㅎㅎ)

밤늦게 술자리가 아니었더라면 뱃속에서 데모를 했을 게다.

하선암으로 복귀를 하셔야 쏘가리 잡으러 한번 갈텐데, 탐석하러 한번 갈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