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는 법[천양희]
거꾸로 읽는 법[천양희]
하루가 길게 저물 때
세상이 거꾸로 돌아갈 때
무슨 말이든
거꾸로 읽는 버릇이 내게는 있다
정치를 치정으로 정부를 부정으로 사설을 설사로
신문을 문신으로 작가를 가작으로 시집을 집시로
거꾸로 읽다보면
하루를 물구나무섰다는 생각이 든다
내 속에 나도 모를 비명이 있는 거다
어제는 어제를 견디느라
잊고 있던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직성(直星)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넌 아직도
바로 보지 못하는 바보냐, 한다
거꾸로 읽을 때마다
나는 직성이 풀리지 않는다
나도 문득
어느 시인처럼
자유롭게 궤도를 이탈하고 싶었다
* 거꾸로 읽는 법을 터득하는 것은 때로 유익하다.
천양희시인이 정치를 논해서 하는 얘기인데
가장 정의롭지 못했던 민주정의당,
남북을 언제나 딴나라로 끌고가려 하거나 동과 서를 가르려고 하는 두나라당, 한나라당.
코드가 맞는 자기들만 끼리끼리, 닫혀 있었던 자기들만의 열린우리당.......
하지만 모든 걸 거꾸로 읽을 수는 없다.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으니 말이다.
국내 최고의 재벌이 죽은 뒤에 묘비명에 '나라를 위해 기업경영을 하다 죽다'라고 쓴다면
그것도 나라를 등쳐먹고 죽었다,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작명을 엉뚱하게 한건데 그게 명작이 된 거와 같다.
이 시를 거꾸로 읽어보니 천시인은 궤도를 이탈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나보다.
항상 굴곡된 삶을 굴곡되게 보고 느끼고 그렇게 살았는데
그게 왠지 후회가 드는 모양이다.
직성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직선은 아니고 작은 구불구불함이 있는데도 말이다.
강력한 원심력을 얻어 직성이 풀렸으면 하는 바램이다.
팽팽한 평형을 이루며 궤도를 이탈하지는 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