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관광버스가 보이는 풍경[윤제림]

JOOFEM 2011. 6. 16. 23:11

 

 

 

 

 

 

관광버스가 보이는 풍경[윤제림]

 

 

 

1

화장실 다녀오느라 일행을 놓친 할머니 한 분이

줄지어 늘어선 유치원 아이들을 헤치며

아무 버스나 기웃거립니다.

노란 버스와 아이들 역시 동무 하나가 안 보이는지

선생님들은 손나팔을 만들어 선창을 하고

아이들은 합창하듯 따라 부릅니다. 코-끼-리!

 

2

사람과 차들의 단풍숲을 헤치며,

대열을 빠져나간 버스가 어중간히 멈춰 섭니다

좁다랗게 열린 차창 하나에 서너명의 할머니들이 매달려서

합창을 합니다. 밀-양-댁!

좁다란 차창을 빠져나온 꼬깃한 손수건도 한 장

다급하게 소리를 칩니다.

 

3

밀. 양. 댁이 열심히 뛰어갑니다

할머니를 태운 버스가 조심조심

사람과 차들의 단풍숲 사이로 길을 냅니다

그 길 끝에 아이 하나가 서 있습니다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은 얼굴입니다.

코, 끼, 리입니다.

 

 

 

 

 

 

 

* 휴게소에서 가끔 있는 풍경입니다.

바라보면 정겹고 흥미진진하지만 정작 당사자가 되면 참 마음이 다급하고 낭떠러지에 서있는 느낌입니다.

코끼리,도 안들리고 밀양댁,도 이쯤이면 안들리는 법입니다.

유기불안에 아무 생각이 나지 않고 허둥대기만 할 뿐입니다.

울어버릴 것 같은 얼굴이 상상되니 우습기도 합니다.

그래도 합창을 하며 같이 그 마음 헤아려 주는 저 마음들이 아름답습니다.

누가 되었든지간에 그 마음 헤아려주는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