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처럼, 비처럼 [안현미]
음악처럼, 비처럼 [안현미]
새춘천교회 가는 길 전생처럼 패랭이꽃 피어 있을 때
흩뿌리는 몇 개의 빗방울 당신을 향한 찬송가 같았지
그때 우리에게 허락된 양식은 가난뿐이었지만
가난한 나라의 백성들처럼 가난하기에 더 열심으로
서로가 서로를 향한 찬송가 불렀었지
누구는 그걸 사랑이라고도 부르는 모양이지만
우리는 그걸 음악이라고 불렀지
예배당 앞에 나란히 앉아 기도 대신 서로가 서로에게 담뱃불을 붙여줬던가
그 교회 길 건너편엔 마당에 잡초 무성한 텅 빈 이층 양옥집도 있었던가
그 마당에 우리의 슬픔처럼 무성한 잡초를 모두 뽑고
당신의 눈썹처럼 가지런하게 싸리비질하고 꼭 한 달만 살아보고 싶었던가
햇빛 좋은 날 햅쌀로 풀을 쑤어 문풍지도 바르고 싶었던가
그렇게 꼭 한 달만 살아보자고 꼬드겨보고 싶었던가
그럴까봐 당신은 이 생에 나를 술래로 세워놓고 돌아오지 않는 기차를 탔던가
춘천을 떠나는 기차 시간을 기다리다 공지천 '이디오피아' 창가에 앉아
돌아오지 않는 당신의 눈썹에서 주워온 몇 개의 비애를 안주로 비루를 마실 때
막 사랑을 하기 시작한 연인들의 백조는 물 위에서 뒤뚱뒤뚱,
그 뒤뚱뒤뚱거림조차 사랑이라는 걸 이제는 알겠는데
아직도 찬송가처럼 몇 개의 빗방울 흩뿌리고 있었지
누구는 그걸 사랑이라고 부르는 모양이지만
우리는 그걸 음악이라고 불렀었지
* 비가 사랑도 되고 음악도 되지만
때에 따라서는 악마가 되기도 하고 천재지변(사람들은 이것을 인재라고 말한다.)이 되기도 한다.
춘천, 서울 강남, 광주, 파주, 동두천등 물폭탄으로 인해
한마디로 아비규환을 만들어버렸다.
돌아오지 않는 식구들로 인해 슬픔에 젖어있다.
어제 이천에 살고 있는 형네 집에 전화를 걸었는데 밤새 안받고
문자도 안받아 걱정이 되었는데 다행히 무사하단다.
작년 추석에 물난리가 났던 곳이라 은근히 걱정이 되었었다.
ㅇ교회 주인서목사가 무사하다니 다행이다.
주목사가 늘 만사형통이라는 지론을 가지고 사는데 역시 형을 통해서......
제발 앞으로는 음악처럼, 비처럼 내리길.
비
비톡비톡
내리는 비가 재미있어
청개구리가 들숨날숨 쉰다
비슬비슬 내리거나
비척비척 내리는 비는
마음을 적시고 속마음까지 들여다보여
보는 마음 더 애잔해진다
비툭비툭
내리는 비도 리듬을 맞추니
장독대며 비닐하우스며 신음소리 낸다
비쿠알비쿠알 내리거나
비두둑비두둑 내리면
헤비메탈 사운드 같고 헤드뱅잉 동작 같아
비 맞은 축구선수의 거친 숨소리 들린다
다 내리고 나면
한 편의 철학이고 한 편의 시가 된다
* 비가 좀 천천히 내리라고 비쿠알비쿠알,이라 했더니
어제 내린 비는 비콸비콸이었다. 참 무식한......
다 내리고 나니 한숨이 되고 낙심이 되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