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민들레꽃 [조지훈]

JOOFEM 2011. 8. 14. 23:30

                                                                                 이수동 그림

 

 

 

 

민들레꽃 [조지훈]

 

 

 

 

 

까닭 없이 마음 외로울 때는

노오란 민들레꽃 한 송이도

애처롭게 그리워지는데


아 얼마나한 위로이랴

소리쳐 부를 수도 없는 이 아득한 거리에

그대 조용히 나를 찾아오느니


사랑한다는 말 이 한 마디는

내 이 세상 온전히 떠난 뒤에 남을 것


잊어버린다. 못 잊어 차라리 병이 되어도

아 얼마나한 위로이랴

그대 맑은 눈을 들어 나를 보느니

 

 

 

 

 

* 사랑은 조용히 오는 것/외로운 여름과/거친 꽃이 시들고도/기나긴 세월이 흐를 때

사랑은 천천히 오는 것/얼어붙은 물속으로 파고드는/밤하늘의 총총한 별처럼

지그시 송이송이/내려앉는 눈과도 같이/조용히 천천히/땅 속에 뿌리박은 밀

사랑은/더디고 조용한 것/내려왔다가 치솟는 눈처럼

사랑은 살며시 뿌리로 스며드는 것/조용히 씨앗은/싹을 튼다/달이 커지듯 천천히

 

밴더빌트의 '사랑은 조용히 오는 것'이란 시가 생각난다.

조지훈의 민들레꽃을 읽으니 그렇다는 말이다.

어떤 티비 프로그램을 보니 죽음을 체험하는 이벤트를 하는 단체가 있었다.

대개 관 속에 들어갔다 나오는 가상죽음을 체험하면서 인생의 목적이 사랑임을 깨닫고

누구에 대해서든지 함부로 대하지 않으며 사랑하며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걸 보았다.

그렇다 죽음을 가정하고 산다면 세상 모든 것을 사랑하게 되고(하찮다고 여기는 것 조차)

특별히 사랑하는 가족에게 대해서는 더 사랑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충만할 게다.

막내가 보는 티비연속극,여인의 향기에서 시한부 삶을 사는 이연재(김선아 분)를 통해

사랑이 구구절절 애틋하고 절박하게 다가온다.

조지훈의 시대에도 이런 사랑의 마음들이 있었으니 사랑은 살며시 스며들고 있었구나, 온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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