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인생은 빌린 배 [박정대]

JOOFEM 2011. 11. 13. 21:10

 

 

 

 

 

 

인생은 빌린 배 [박정대]

 

 

 

 

  인생은 빌린 배와 같다고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이 작은 배를 나는 언제 돌려주게 될까*

 

  눈보라가 몰아치는 한겨울, 생계가 어려워진 한 가족이 그들

의 집을 밧줄로 묶어서 눈발 위로 끌고 가고 있다, 그들은 이사

를 가고 있는 것이다

 

  바닷가 전망 좋은 곳으로 집을 끌고 가서는 폭풍우에 집이

날아갈까 봐 다시 집을 땅 위에 밧줄로 꽁꽁 묶어둔다, 낡은 집

에 의해 바닷가 전망이 다소 가려진다

 

  결국은 폭풍우에 낡은 집이 날아가 버리고 다시 전망이 좋아

진다, 는 내용의 영화가 있다

 

  낡은 집에 관한 이야기 같은데 영화의 제목은 <쉬핑 뉴스>,

선적 소식이다

 

  그리고 주인공은 아직 신문기사의 헤드라인도 제대로 못 잡

는 <개미 버드>라는 신문의 초보 기자다, 개미 버드라니!

 

  그 외에도 이 영화에는 더 많은 것들이 선적되어 있을 것이다

 

  인생은 빌린 배와 같다고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이 작은 배를 타고 나는 어디까지 온 걸까

 

  영화 속 주인공의 어투를 빌어 표현하자면, 오늘 이 글의 헤

드라인은

 

  '이번 生엔 시 같은 건 쓰지 마!'

 

  쉬핑 뉴스 끝.

 

 

 

*인생은 빌린 배와 같다고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이 작은 배를 나는 언제 돌려주게 될까 - 테오도르 모노

 

 

 

 

 

 

 

 

* 아버지는 살아생전에 아무 말씀도 안 하셨다.

그냥 고향이 강원도 통천 고저읍이라고만 하셨고

큰아버지, 작은 아버지들이 북한에 살아계시다는 말씀만 하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통천 군민회에 참석을 하여

고저읍 어르신들을 만나 아버지의 이름을 알려드리니

아, 그 바닷가에 살던 누구누구......하시는 거다.

바닷가에서 불과 백미터 떨어진 아주 가까운 바닷가의 집.

아버지는 빌린 배를 평생 돌려주지 못해서 자식들에게 말씀 안 하신 걸까.

 

고향 바닷가 전망 좋은 곳에서

나도 작은 배를 빌려 물고기를 잡다가

폭풍우에 집이 날아가버리고

아버지처럼 그 작은 배를 언제 돌려주게 될까,

염려하는 마음으로 살아갈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