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첫눈 [강윤후]
JOOFEM
2011. 12. 9. 20:24
첫눈 [강윤후]
고인돌처럼 생각에 잠겨
먼 데를 본다
내일이나 모레쯤에는
유리창 밖에서 나무가
더 말을 잇지 못하고
끄덕끄덕 마른 가지를 흔든다
나도 그렇게 변명하며
이루지 못한 다짐들을 다시
뒷날로 미룬다 그러나
추억을 암매장하고
허리에 전대처럼 두른 속된 다짐들은
갈수록 무겁기만 하다
희망이란 오래 묵을수록
하모니카 소리처럼 외로워지는 것
낡은 속옷 갈아입듯 기어이
눈발 날린다 체념하라고
단념하라고
* 오전 내내 눈이 내렸다.
이게 첫눈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으나 함박눈이어선지 첫눈 같았다.
가로로 춤추듯 내리기도 하고
구름 사이로 비추는 햇빛에 은어떼가 되기도 하고
경주에서의 첫눈이 생각났다.
신입사원이던 나에게 같은 과 여직원이 뛰어와서 알려주던 말.
- 첫눈이라예.
강아지처럼 깡총깡총 뛰던 그 아이의 이름은 광숙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같이 늙어가는 처지가 되었지만
그 땐 스물하나이거나 둘쯤 되었던 것 같다.
그래봐야 네,다섯살 차이인데.......
무관심한 척 했던 걸 후회하며 맞장구라도 쳐줄 걸,하는 마음이 뒤늦게 든다.
회사에서 의자를 돌리면 바로 창가에 포도밭이 보인다.
스마트폰에 눈오는 풍경을 담아보았다.
잠시 생각에 잠겨 사진을 들여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