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궁금한 일 ― 박수근의 그림에서 [장석남]

JOOFEM 2012. 1. 9. 19:26

 

 

 

 

 

 

 

궁금한 일 ― 박수근의 그림에서 [장석남]

 

 

 

 

  인쇄한 박수근 화백 그림을 하나 사다가 걸어놓고는 물끄

러미 그걸 치어다보면서 나는 그 그림의 제목을 여러 가지로

바꾸어보곤 하는데 원래 제목인 '강변'도 좋지마는 '할머니'

라든가 '손주'라는 제목을 붙여보아도 가슴이 알알한 것이

여간 좋은 게 아닙니다. 그러다가는 나도 모르게 한 가지 장

면이 떠오릅니다. 그가 술을 드시러 저녁 무렵 외출할 때에는

마당에 널린 빨래를 걷어다 개어놓곤 했다는 것입니다. 그 빨

래는 개는 손이 참 커다랬다는 이야기는 참으로 장엄하기까

지 한 것이어서 성자의 그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는 멋

쟁이이긴 멋쟁이였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또한 참으로 궁금한 것은 그 커다란 손등 위에서

같이 꼼지락거렸을 햇빛들이며는 그가 죽은 후에 그를 쫓아

갔는가 아니면 이승에 아직 남아서 어느 그러한, 장엄한 손길

위에 다시 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가 마른 빨래를 개며

들었을지 모르는 뻐꾹새 소리 같은 것들은 다 어떻게 되었을

까. 내가 궁금한 일들은 그러한 궁금한 일들입니다. 그가 가

지고 갔을 가난이며 그리움 같은 것은 다 무엇이 되어 오는

지 ······ 저녁이 되어 오는지 ······ 가을이 되어 오는지 ······ 궁

금한 일들은 다 슬픈 일들입니다.

 

 

 

 

 

 

 

 

* " 가끔씩 하늘에 닿을만큼 높은 빌딩이 생길 때

산이나 바다에 훌륭한 건물들이 들어설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하곤 해.

...그 전에 것들은 어떻게 하지?

그 시간에 그 공간에 그 추억이 있어야 할 자리에

너무 생소하고 냉정한 것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어젠가 그젠가 한 친구가 보낸 문자에 어떻게 하지?라며 궁금함을 물어왔다.

그렇다. 세월이 한참 흐른 후에, 있었던 그것들을 궁금해할만 하다.

그 전엣 것들이 쫓겨나간 그 자리에 생소한 것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그것을 바라보는 나는 생뚱맞게 그 자리에 서있을 것이 아닌가.

생각해보니 정말 다 슬픈일일 것만 같다.

내가 가지고 가야할 가난과 그리움과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와 그리고 한 生을

물려줄 수도 가져갈 수도 없음을 슬퍼해야 하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