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작은 사랑 [이지엽]

JOOFEM 2012. 1. 30. 20:45

 

 

 

 

 

 

작은 사랑 [이지엽]

 

 

 

 

내 사랑 이런 방(房)이라면 좋겠다

한지에 스미는 은은한 햇살 받아

밀화빛 곱게 익는 겨울

유자향 그윽한

 

내 사랑 이런 뜨락이라면 좋겠다

눈 덮혀 눈에 갇혀 은백으로 잠든 새벽

발자국 누군가 하나

꼭 찍어 놓고간

 

 

 

 

 

 

 

* 동기생들과 덕유산을 등산했을 때

어느 절에 들러 차를 마신 적이 있다.

한지를 통해 들어오는 겨울 햇살처럼 은은했던 차 한 잔이

따스한 사랑처럼 느껴지고

나누는 담소속에서 이것 또한 사랑이라 여겼었다.

이런 산사에 눈이 내린다면

짐승중에 누군가가 다녀가면서 발자국을 콕,도 아니고 꼭 찍어 놓고간다면

너무나 사랑스러울 테다.

 

지금은 사무실에 쥐가 사라졌다.

공장안으로 들고양이가 드나들며 다 처치한 모양이다.

한때 쥐가 내 서랍속에 들어와 실례를 하고 가거나

허브큐 사탕을 갉아먹고 가기도 했는데

그렇게 흔적을 남기고 간 것이 얼마나 애교있고 사랑스러운지,

사라진 지금은 아쉬운, 작은 사랑이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