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꽃샘추위 [김사랑]

JOOFEM 2012. 2. 29. 13:34

 

 

 

 

 

 

꽃샘추위 [김사랑]

 

 

 


 

오는 봄을 시샘하지마라
얼음밑에서 꽃은 피우나니
그대여, 참 고생 많았겠구나
거룩한 생명의 봄이다
진실로 마음을 열고 다가가면
닫혔던 문이 열리는 법
이딴, 추위쯤이야
봄으로 건너가는 과정인 것을
가슴에 미움의 싹을 키우지마라
발을 동동 구르게 하는
꽃샘추위에 눈시울이 젖겠지만
붉은 꽃봉오리에
뜨거웠던 눈물로
세상에 감사하는 마음만 담아라
축복의 시간으로
봄이 내 가슴에 안기는 날
아무리 아지랑이가 피어
까맣게 눈멀게 하여도
나의 만개의 세포를 열어
너를 맞이 하리라

 

 

 

 

 

 

 

 

* 추위를 의인화하여 동장군이라 부르고 그 동장군이 꽃따위를 시샘한다고 하니

인간의 상상력은 참 풍부하다.

하지만 그 상상력은 인간의 내면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무의식의 세계에서 나오는 게다.

인간은 샘내는 것도 많고 무의식의 마음을 다르게 표현하는 것도 많으니

다양하고 다정한 마음이라고 생각된다.

함경도 사람들이 말하는 "형수, 춤추소."는 사실은 잔치집에서 내가 춤추고 싶은데

체면에 나설 수는 없고 애꿎은 형수한테 춤추라고 권하는 것이다.

고생 끝에 찾아오는 봄을 반가워 하며 막 즐기려는 찰나에 반짝 추위가 찾아오니

"니, 샘나나?"라고 내가 말하고 싶은데 애꿎은 동장군에게 꽃 핀다고 샘내냐는 식이다.

 

암튼 겨울은 가고 봄은 온다. 내일은 춘삼월이 아닌가.

언제 얼었었냐, 졸졸졸 물이 흐르고 꽃은 피고 새들은 노래하는

봄이다, 봄,봄,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