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봉쇄수도원 [황옥경]

JOOFEM 2012. 3. 5. 22:38

 

 

 

 

 

 

 

봉쇄수도원 [황옥경]

 

 

 

 

2시간 40분 동안 영화에는 대사가 거의 없었다

 

나는 눈으로 그 소리들을 들었다

미사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

삐걱이는 마룻바닥을 울리는 나막신 소리

무릎 꿇고 기도하는 수사들의 옷자락 스치는 소리

책장을 넘기는 소리, 창가에 내려앉는 햇살의 발자국 소리

뒷산 복수초 눈밭을 헤치고 올라오는 소리

햇살에 녹아내린 겨울이 계곡으로 풀려나가는 소리

마중물 한 바가지에 마른 기침을 토해내는 펌프 소리

 

2시간 40분 동안 내 눈은 내 마음을 더듬었다

침묵과 묵상으로 수도의 길을 가는

알프스 그랑드 샤르트뢰즈 수사들의 사계四界를

내내 따라가고 있었다

바람과 천둥의 화살기도롤, 제비꽃의 묵상기도를 들으며

가슴 속에 담아 두었던 오랜 고백을 들었다

 

마중물을 뻐끔뻐끔 받아들이던 펌프가

펑펑 녹물을 쏟아냈다

 

그렇게 나는 봉쇄수도원 속의 나를 찾아냈다.

 

 

 

 

* 시사랑 회원은 아니지만 홍정순시인 등단식 때 함께 자리하면서

또 원서헌에 시사랑 회원들과 함께 시회에 참석하면서 마치 시사랑 친구처럼 느껴지는

황옥경님이 드디어 문학과 창작을 통해 등단하였다.

주페와는 블로그 친구인 황옥경님은 홍정순시인과도 친분이 깊다.

마치 성당에서 조용히 미사드리는 모습을 떠올릴 만큼 조용한 분이다.

시도 역시 성품을 닮아 조용하면서 내면의 세계에 침잠하는 분위기이다.

회계법인 차장님께서 언제 시를 그렇게 지으셨을까.ㅎㅎ

암튼 축하드리는 의미에서 한 편을 올렸다.

앞으로는 황옥경님이 아니라 황옥경시인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