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멕이는 전략 [맹문재]

JOOFEM 2012. 3. 18. 23:20

 

 

 

 

 

 

멕이는 전략 [맹문재]

 

 

 

 

  중학생인 딸만 보면 뭘 좀 멕이라고 아내에게 말한다

 

  뭘 좀 멕여야 키가 크고 인물이 좋아지고 공부를 잘 하고 성격이 밝

아진다고 믿는다 아빠한테 인사할 줄 알고 이자로 꾸려가는 집안 생

각할 줄 알고 맡은 일을 야무지게 할 것이라고 믿는다

 

  아내나 딸은 나의 말을 들은 척도 안한다 고리타분하고 시대에 뒤

떨어지는 잔소리라고 무시한다

 

  뭘 좀 멕이라는 말은 내가 중학교 다닐 때 할머니께서 어머니에게

하신 말씀이다

 

  어느덧 힘이 빠진 나는 할머니의 목소리를 빌려 권위를 세워보려

고 하지만 시원찮다

 

  그래도 뭘 좀 멕이는 전략을 포기할 수는 없다

 

 

 

 

 

 

 

* 거의 십칠년전쯤의 일이지만 그 당시 공장장은 밥 멕이는 일에 게을렀다.

내가 생산과장으로 거의 이틀 간격으로 수출물량을 밤새며 실어날랐는데

공장장은 밥 한번 멕이지 않았다.

그 뒤의 공장장, 그 뒤의 공장장, 또 그 뒤의 공장장은 나름 밥을 멕이곤 했다.

나는 늘 후배들에게 밥 안멕이는 그 거룩한 공장장을 얘기하곤 했다.

지금 내가 공장장이 되어서는 밥 멕이는 일에 열심이다.

어차피 월급쟁이들이 월급 받고 일하는 거지만 멕여야 일이 더 잘 추진된다.

잘 멕여야 신이 나서 일하고 한 일에 나름 명분을 부여하며 업적으로 남기게 된다.

 

조직의 힘은 밥을 멕이는 일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