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봄날은 간다 [김종철]

JOOFEM 2012. 4. 26. 22:05

 

 

 

 

 

 

봄날은 간다 [김종철]

 

 

 


                                                                               
꽃이 지고 있습니다
한 스무 해쯤 꽃 진 자리에
그냥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일 마음 같진 않지만
깨달음 없이 산다는 게
얼마나 축복 받은 일인가 알게 되었습니다
한 순간 깨침에 꽃 피었다
가진 것 다 잃어버린
저기 저, 발가숭이 봄!
쯧쯧
혀끝에서 먼저 낙화합니다

 

 

 

 

 


* 꽃이 피니 꽃이 지게 된다.

일장춘몽과도 같아서 지고나니 어떻게든 견디지 않고는 살 수가 없다.

한 이십년 꽃 진 자리에 덤 같은 삶을 살아내야 한다.

성냥처럼 황성분이 한 순간 그어지면 불꽃처럼 타오르지만

꺼지고 나면 성냥이 아니듯

꽃도 또한 그렇고 그게 인생과도 같으니

피어난다고 축복은 아닌 것이다.

세월이 한참 흐른 뒤에 깨닫는 깨달음은

피어난 것을 깨닫는 게 아니였다는 거다.

쓸쓸한 내 뒷모습에 웃고 울었던 낙화가 탄식처럼 묻어있다. 

 

아직은 봄이 간 건 아니고 가고 있지만

왠지 벚꽃이 하르르하르르 지고 나니 봄이 간 것만 같이 허탈하다.

하여 이르지만 이 시를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