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어머니는 찬 염주를 돌리며 [문태준]

JOOFEM 2012. 6. 23. 10:22

 

 

 

 

 

 

 

어머니는 찬 염주를 돌리며 [문태준]

 

 

 

 

  어느날 어머니는 찬 염주를 돌리며 하염없이 앉아만 계시는 것

이었습니다.

  어머니는 머리를 숙이고 해진 옷을 깁고 계시는 것만 같았습니

다. 꽃, 우레, 풀벌레, 눈보라를 불러모아서, 죽은 할머니, 아픈

나, 멀리 사는 외숙을 불러모아서, 조용히 작은 천조각들을 잇대

시는 것이었습니다. 무서운 어둠, 계곡 안개, 타는 불, 높은 별을

불러모아서. 나를 잠재울 적에 그러했듯이 어머니의 가슴께서 가

늘고 기다란 노래가 흘러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사슴벌레, 작은

새, 여덟살 아이와 구순의 할머니, 마른 풀, 양떼와 초원, 사나운

이빨을 가진 짐승들이 모두 다 알아온 가장 단순한 노래를 읊조리

시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니가 부르는 노래는 찬 염주 속에 갇혀

어머니가 불러모은 것들을 차례로 돌고 돌다 명명한 겨울 하늘로

올라가는 것이었습니다.

 

 

 

 

 

 

 

* 요즘은 힐링캠프다, 뭐다 하면서 치유가 유행처럼 되었다.

심리치료, 음악치료, 미술치료, 놀이치료, 시치료, 문학치료......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천국이 아니라 지옥 같은 곳이어서

슬픔 두려움 이별 죽음 절망 스트레스 버림받음 분노.......

치유받아야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인생의 우여곡절을 다 이겨낸 어머니의 찬 염주를 통해서

치유받고 행복해야할 모든 자연을 다 불러모아 나지막한 노래를 불러줌으로써

바로 여기가 천국임을 일깨워주는 것 같다.

사나운  짐승과 양떼가 어울리고

모진 가뭄을 견뎌낸 마른 풀과 초원이 함께 하고

무서운 어둠과 별이 공존하게 하고

천진난만한 어린 아이와 세상 무거운 짐을 다 내려놓지 못한 구순 할머니가 함께 즐거워 함으로써

저 심연의 끄트머리에 있는 치유받아야할 대상들을

하나씩 하늘로 올리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나지막한 어머니의 노래와 염주알 돌리는 소리와 자연의 모든 소리가

하나의 천국을 이루는, 그 순간이 되어

작은 천조각을 잇대듯이 치유받고 모두가 행복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