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방다방 [노향림]
춘방다방 [노향림]
단양군 별방리에 옛날 다방이 있다.
함석 지붕보다 높이 걸린 춘방다방 낡은 간판
춘방이란 나이 70 을 바라보는 늙은 누이 같은 마담
향기없이 봄꽃지듯 깊게 주름팬 얼굴에서
그래도 진홍 립스틱이 돋보인다.
단강에 뿌옇게 물안개 핀 날 강을 건너지 못한
떠돌이 장돌뱅이들이나 길모퉁이 복덕방 김씨
지팡이 짚고 허리 꼬부라진 동네 노인들만
계란 노른자 띄운 모닝커피 한잔 시켜놓고
종일 할일없이 오종종 모여 앉아 있다.
한참 신나게 떠들다가 오가는 사소한 잡담들이
열정과 불꽃도 없이 슬그머니 꺼져
구석의 연탄재처럼 식어서 서걱거린다.
네 평의 홀엔 다탁도 네 개, 탁자 사이로
추억의 " 빨간구두 아가씨 "가 아직도 흐르는곳
행운목과 대만 벤자민이 큰 키로 서서
드나드는 사람들을 멍하니 지켜본다.
장부없이 외상으로 긋고 가는 커피값
시간도 외상으로 달아놓고 허드레 것처럼 쓴다.
판자문에 달린 딸랑종이 결재하듯 딸랑거릴 뿐
이 바닥에선 유일하게 한 자락 하는 춘방다방.
* 단양,하면 춘방다방 못지않게 서걱거리는 옛날식 다방이 있다.
장림리에 있는 향미다방이다.
이층은 홍정순시인이 사는 집이니 아마도 일층을 세를 준 것 같다.
김혜원선생님이 옛날식 다방이 좋으시다 해서
구닥다리 커피를 마시러 간 적이 있다.
마담은 장사가 안되어서인지 소파에 누워 자고 있다가
부시시한 머리를 들고 일어나 구닥다리 커피를 끓여왔다.
춘방다방 마담의 딸뻘쯤 되는, 훨씬 젊고 이쁜 마담인데 커피가 구닥다리라니 신기하다.
두부공장 사장도 다녀갈 테고 막걸리공장 사장도 다녀갈 법한
시골 비즈니스 장소인 향미다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