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혼자 먹는 밥 [이영식]
JOOFEM
2012. 8. 10. 20:21
정경심 "다섯 식구"
혼자 먹는 밥 [이영식]
창밖엔 송이눈 내리고
가정식백반집 홀로 받는 저녁상이다
나잇살 먹는 것보다
혼자 먹는 밥이 더 사무치는
중늙은이 앞에
神託처럼 놓인 밥
수저 부딪는 소리와
젓가락 달그락거리는 소리뿐
말 섞을 누구 하나 없다
그래도 빵이 아니고 밥이라
사리처럼 빛나는 밥알들
'밥이라는 말은 단수가 아니라 복수란다'
하늘의 말씀
소복이 내려 어둠 너머 쌓인다
* 한번 지나간 끼니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가끔 시간이 어정쩡해 식사시간을 놓치고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먹을 수 없는, 혼자인 상황이 있다.
그럴 때에는 주로 김밥집에 들어가 김밥 한줄에 라면 하나를 시켜먹는다.
식당에 가서 혼자 먹는 밥은 왠지 처량해 보이기때문이다.
김밥천국도 식당이오,라고 따질지 모르지만 간식처럼 생각해도 될 테다.
밥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에 정갈한 반찬 놓고 먹는 밥이라야
혼자 먹어도 외롭지 않다.
그런데 찬밥에 대충 차린 반찬들은 모두가 슬퍼보인다.
식구들 다 서울로 올려보내고 혼자 남아 밥을 해먹던 때가 생각난다.
그땐 정말 지겨울만큼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를 끓여먹었다.
1인용 밥솥은 왜 안나오나 했는데 요즘은 나왔을라나.
아뭏든 사리같이 빛나는 밥이라면 혼자서도 잘 해요,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