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만큼 [김명기]

JOOFEM 2012. 10. 20. 11:53

 

 

 

 

 

 

만큼 [김명기]

 

 

 

 

꽃 날리는 거리에서 당신을 생각해

하염없이 날리는 저 꽃들만큼

 

언제부턴가 내게 꽃이란

지는 것이 아니라 다음 생으로 날려가는 거지

그것만이 내가 기약할 수 있는 일이지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던 바로 그 순간부터

얼마만큼의 시간이란 이제 없는 말이지

다만 당신과 내가 기약의 생으로

아주 천천히 날려가는 것일 뿐

좀 더 당신을 사랑하지 못해 미안한 시간들이지

당신

죽어도 좋을 만큼 볕 좋은 봄날을 기억하는지

그 '만큼'의 크기라는 것이 있다면

아마 내가 당신을 사랑하다 죽어도 좋을 만큼이겠지

이 계절 가슴 속에 다 품어내지 못하는 만화방창萬化方暢이란

내 온몸을 쿵쿵 두드리고 지나가는

당신의 또 다른 이름

특별히 명명하지 않아도 좋을 만큼

그저 흐드러져 날리는 저 꽃 같은 이름

 

 

 

 

 

 

 

* 코스모스를 보면 늘 어머니를 떠올리곤 한다.

어머니가 자식을 키우는데 그만큼 하늘거리며 키웠기때문이다.

바람 한번 불면 꽃잎이 하르르하르르 날려가서

다음으로 가신 게다, 생각하지만

그래도 해마다 꽃으로 찾아와서 그만큼의 사랑을 놓았다가 가니 그저 감사하다.

끝내는 '좀 더 사랑하지 못해' 눈물이 나는 시간들이기도 하다.

 

누군가 '만큼'이라는 문자를 보내었길래

얼마만큼일까, 계량치를 어림잡았었다.

순전히 공학한 사람의 머리에서는 만큼을 계량화하려고 한다.

문학을 했더라면 꽃들만큼, 죽을 만큼, 니 마음만큼.....등등으로 계량되지 않는 표현으로 어림잡았을 테다.

사랑에 있어서 '만큼'은 무한대로 늘릴 수 있을 거 같다.

데레사수녀가 만~큼 사랑을 나누어 주었듯이!

 

오늘도 만큼 사랑해보자.

(그게 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