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비 [천양희]
JOOFEM
2013. 6. 23. 23:29
소나기는 즐거워!
비 [천양희]
쏟아지고 싶은 것이
비를 아는 마음이라면
그 마음
누구에겐가 쏟아지고 싶다
퍼붓고 싶다
퍼붓고 싶은 것이
비를 아는 마음이라면 그 마음
누구에겐가 퍼붓고 싶다
쏟아지고 싶다
* 비를 쫄딱 맞아보아야 사람의 속마음을 읽게 된다.
우산으로 가린 마음으로는 그 속마음을 알 수 없기에 쫄딱, 아주 쫄딱 맞아서
시스루룩이 되어야 비로소 아항, 니 속마음은 그랬구나,를 안다.
애와 증은 실은 하나로 볼 수 있는데 쏟아붓는다는 건 애의 표현이거나 증의 표현과 다르지 않다.
인디언식 기우제로 말한다면 비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므로
속마음이 전해질 때까지 기다려야 쏟아붓는 비가 오고 애인지 증인지를 알게 된다.
비가 많이 내리는 때가 되었다.
하이틴 영화나 하이틴 소설에서나 나오는 소나기가 좌악좌악 내리는 때다.
아직 어린 것들은 우산이 없으면서도 옷가지 하나로 비를 피하려 하지만
그래서야 무슨 애와 증을 전하고 속마음을 드러낼 것인가.
이왕이면 쫄딱 맞고 속 시원하게 알고 지내는 것이 나은 것이 아닐까.
퍼붓고 싶고 쏟아지고 싶은 욕망은 자연스러운 것이니
하늘을 바라보며 그저 비가 자연스럽게 내리길 기다려 본다.
다음주 내내 비소식은 없는 것 같다. 충청도가 그렇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