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여행 [정호승]

JOOFEM 2013. 6. 30. 20:54

 

 

 

 

 

 

여행 [정호승]

 

 

 

 

사람이 여행하는 곳은 사람의 마음뿐이다

아직도 사람이 여행할 수 있는 곳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의 오지뿐이다

그러니 사랑하는 이여 떠나라

떠나서 돌아오지 마라

설산의 창공을 나는 독수리들이

유유히 나의 심장을 쪼아 먹을 때까지

쪼아 먹힌 나의 심장이 먼지가 되어

바람에 흩날릴 때까지

돌아오지 마라

사람이 여행할 수 있는 곳은

사람의 마음의 설산뿐이다

 

 

 

 

 

 

* 인생 여정이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고 한다면

내가 여행할 수 있도록 길을 내주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또, 나는 내마음을 여행하도록 허락해주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마음의 오지까지 여행하도록 내준다는 것은 참 대단한 사랑일 것이다.

오지, 설산......이런 곳까지 간다는 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그 길을 가도록 허락한다는 것도 참 대단한 일이다.

함께 여행을 한다는 것도 그 대단한 일중의 하나일 것이다.

몇 안 되는 사람들과 결코 길지 않은 생에 함께 여행할 수 있음을 감사하며

오늘도 나는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떠난다.

훗날 바람에 흩날리는 먼지가 될 때까지 매일 매일 여행을 떠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