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내소사 [정영경]
JOOFEM
2013. 7. 12. 12:50
내소사의 여름[김병균 작]
내소사 [정영경]
살다가 가슴에 마른 잎 지는 날은 진서면 석포리 능가산을 찾아가리 푸른 전나
무 얇게 전을 부치고 양지쪽 작살나무 붉나무 보다도 더 뜨겁게 삶에 불을 지피는
일주문에서부터 천왕문 숲길까지 거닐어보리 고려동종 본존불 앞에 있는 연꽃 속
으로 들어가 수십 번 젖은 몸을 맞고 서 있다 보면 삼층석탑 지중돌 위를 비켜가
는 노을에 절여지는 나를 느낄 수 있으리 그래도 슬쩍슬쩍 외로움이 설쳐대면 지
조 높은 대웅전에 핀 국화꽃 수십 송이 수놓은 꽃밭을 가볍게 거닐어 보리 문살에
끼인 인연과 한바탕 정을 통하는 전생의 바람자락들과도 목소리를 섞으리 거기
천년 된 목어가 슬피 운다 해도 절대 물으려 하지 않으리 그 불치의 적요를
* 가슴에 마른 잎 지는 날에는 내소사를 한 번 가야겠다.
한바탕 정을 통하는 전생의 바람자락들과도 섞여서 섞이는 게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그냥 거닐다 돌아와야겠다.
통정이라는 말에 걸려넘어지는 게 찰나와도 같은데
무슨 근심이 필요하며 무슨 치유가 필요할까.
바람이 스치는 그 순간이 자유로와질 수 있는 시간이다.
우리는 그것을 사랑이라고도 하고 힐링이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