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민가(民家) [장석남]

JOOFEM 2013. 8. 22. 13:03

 

 

 

 

 

 

민가(民家) [장석남]

 

 

 

 

착하게 살아야 천국에 간다

과연 이 말이 맞을까

저녁 햇빛 한줌을 쥐었다 놓는다

초록을 이제는 심심해하는

8월의 가로수 나뭇잎들 아래

그 나뭇잎의 그늘로 앉아서

착하게 살아야 천국에 간다는 말을

나무와 나와는 지금 점치고 있는 것인가

종일 착하게 살아야 보이는 별들도 있으리

안 보이는 별이 가득한 하늘 바라보며

골목에서 아득히 어둡고 있었다

첫 나뭇잎이 하나 지고 있었다

 

 

 

 

 

 

* 착하게 살 수 있을까.

살면 살수록 영악하고 착하지 않게 살아야 살아낼 수 있는데......

착하게 살아야 천국에 간다니,

천국의 정원은 몇 명이며

지금 여기는 천국이 아니라는 말인 게다.

해를 더할수록 천국은 멀어지고 천국은 김밥천국에나 있다고 믿게 된다.

첫 나뭇잎이 지면 두번째, 세번째, 네번째.......

계속해서 초록의 항상심을 잃는다.

착하지 못함을 번민하며 살아야 하는 일상을 매일 마주친다면

여기는 아니, 여기도 천국은 아니라는 생각에 미친다.

나와는 점점 상관없어지는 '착하다'는 말,

이미 숱한 나뭇잎들이 되어 져버렸다.

착한 민가, 어디 없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