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치마 [문정희]

JOOFEM 2014. 1. 8. 23:00

                                                                                                                  왜 가릴까?

     

     

     

     

     

     

    치마 [문정희]

     

     

     

     

    벌써 남자들은 그곳에

    심상치 않은 것이 있음을 안다

    치마 속에 확실히 무언가 있기는 있다

    가만두면 사라지는 달을 감추고

    뜨겁게 불어오는 회오리 같은 것

    대리석 두 기둥으로 받쳐 든 신전에

    어쩌면 신이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은밀한 곳에서 일어나는

    흥망의 비밀이 궁금하여

    남자들은 평생 신전 주위를 맴도는 관광객이다

    굳이 아니라면 신의 후손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들은 자꾸 족보를 확인하고

    후계자를 만들려고 애쓴다

    치마 속에 확실히 무언가 있다

    여자들이 감춘 바다가 있을지도 모른다

    참혹하게 아름다운 갯벌이 있고

    꿈꾸는 조개들이 살고 있는 바다

    한번 들어가면 영원히 죽는

    허무한 동굴?

    놀라운 것은

    그 힘은 벗었을 때 더욱 눈부시다는 것이다

     

     

     

     

     

     

     

    * 초등학교를 들어가기 전에 치마속은 늘 궁금했었다.

    그렇다고 들쳐볼 기회는 없기에 그냥 궁금해 하면서 세월이 흘렀다.

    어린 나도 팬티가 보이는 걸 창피하게 생각했으므로

    치마속에 있는 팬티가 보이면 여자는 창피하게 생각할 거라 믿었다.

    결국 성인이 되고도 한참 후에나 치마 속의 확실한 무언가를 알게 되었는데.......

    요즘은 이 치마 속을 보여주지 못해 안달이 났는지

    티비 속에서 자주 치마를 훌렁훌렁 벗는 모습을 보여준다.

    걸그룹이 그러하며 치어걸들이 그렇다.

    특히나 서울에 가면 에스컬레이터에서 본의 아니게 눈을 들다가

    치마 속을 보게되곤 한다.

    무언가가 있지 않은 건 확실한데 너무 노출이 심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신비감은 가려져 있을 때나 가능한 것이지 보여준다면 이미 신비한 것은 아니다.

    치마 속을 들여다보고 싶은 것은 종족보존의 본능일 뿐이고

    누구나 본능에 충실할 뿐이다.

    뭐, 여자들도 본능에 충실해서 보여주긴 하겠다마는.

     

    본능을 자극하는 방법은 보일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가리는 것이다.

    제발 치마 제대로 입고 속 보이지 말자. 속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