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시가 내게 말했다 [김대규]

JOOFEM 2014. 2. 11. 13:31

 

 

 

 

 

 

시가 내게 말했다 [김대규]

 

 

 

 

시가 내게 공부는 하지 말라고 했다.

담배도 피우고 술도 마시라고 했다.

머리도 자주 깎지 말라고 했다.

자길 위해서만 밤을 새워보라고 했다.

그래서 그렇게 해봤다.

 

시詩가 돈에서는 멀리 떨어져 있으라고,

정치는 가까이 하지 말라고,

등等에는 끼지 말라고,

그러니 서울에는 가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그렇게 해봤다.

 

요즘에는 병은 잘 아파야 한다고,

죽음과는 친하게 지내라고

시詩가 내게 말한다.

그래서 그렇게 해보려니 참 어렵다.

 

 

 

 

 

 

 

* 詩는 말씀언言변에 절寺이 들어있다.

템플스테이에서는 떠들지 말라, 음식 남기지 말라, 하지 말라, 하지 말라......

하지 말라는 게 참 많다.

절만 그런게 아니고 교회도 하지 말라는 거 투성이다.

십계명만 해도 부모를 공경하라는 것 빼고는 모두 하지 말라는 것 뿐이다.

다른 신을 믿지 말라, 살인하지 말라, 이웃을 탐하지 말라......

그런데 詩도 종교와 같은 걸까,

공부도 하지 말라,

금연도 하지 말라,

절주도 하지 말라,

머리도 자주 깎지 말라,

돈과 가까이 말라,

서울에는 가지 말라......

하지 말라고 억압을 하니 참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그렇게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하지 않으려니 참 어려운 게다.

 

니 맘대로 해라, 하면 참 좋을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