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남향집 [고영민]

JOOFEM 2014. 3. 4. 13:31

 

                                                                           오지호 "남향집"

 

 

 

 

 

남향집 [고영민]

 

 

 

 



대문 옆에 아이들이 서 있다
조금 떨어져 방한모를 쓴 노인이 서 있다
노인 옆엔 지게가 비스듬히 서 있다
그 밑에 누렁이와 장화가 서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서 있다
일제히 마늘밭을 쳐다보고 있다
반짝반짝 살비듬이 떨어지고 있다
남향집을 비추는 빛은 서 있는
아이들의 입속과 노인과 개의 입속,
검은 장화 속에서도 환히
빛나고 있다

 

 

 

 

 

 

* 쿵,하고 쓰러진 것들은 왠지 살아있는 것 같지 않다.

햇볕 따뜻한 곳에 서 있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거다.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햇볕과의 교감을 하는 거라 그렇다.

남향집은 그래서 남향집이고 남으로 창을 내는 것도 그래서일 거다.

남향집이라는 말만 들어도 마음이 따뜻해져 온다.

지금은 봄이다.

남향집 담벼락에 기대어 서서 햇볕하고만 놀아도 좋은 봄이다.

아지랭아지랭 마늘밭만 보아도 흐뭇할 봄이다.

이번 주말엔 안 피었어도 노루귀가 피었는지 보러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