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냉이의 꽃말 [김승해]
JOOFEM
2014. 3. 19. 13:06
냉이의 꽃말 [김승해]
언 땅 뚫고 나온 냉이로
된장 풀어 국 끓인 날
삼동 끝 흙빛 풀어진 국물에는
풋것의 향기가 떠 있는데
모든 것 당신에게 바친다는 냉이의 꽃말에
찬 없이도 환해지는 밥상머리
국그릇에 둘러 피는 냉이의 꽃말은
허기진 지아비 앞에
더 떠서 밀어 놓는 한 그릇 국 같아서
국 끓는 저녁마다 봄, 땅심이 선다
퍼주고도 다시 우러나는 국물 같은
냉이의 꽃말에
바람도 슬쩍 비켜가는 들,
온 들에 냉이가 돋아야 봄이다
봄이라도
냉이가 물어 주는 밥상머리 안부를 듣고서야
온전히 봄이다
냉이꽃, 환한 꽃말이 밥상머리에 돋았다
* 역시 된장국이나 찌개에 냉이가 들어가야 아, 봄이구나, 한다.
꽃말이 '모든 것 당신에게 바친다'이니
차고 넘치는, 봄의 사랑이 다 냉이에게서 오나보다.
사시사철 냉이를 팔기도 하지만 향이 없는 비닐하우스 냉이는 맛이 없다.
봄이라야 진짜 냉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은 냉이 넣고 끓인 된장국에 밥 한 공기 뚝딱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