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끽다거喫茶去, 차나 한잔 마시고 가게 [황옥경]

JOOFEM 2014. 6. 13. 12:55

 

   천안에 새로 오픈한 커피집이다. "산타 클라라" 향과 맛이 풍미가 있다. 끽다거, 차나 한잔 마시고 가세요.^^*

 

 

 

 

 

 

끽다거喫茶去, 차나 한잔 마시고 가게 [황옥경]

 

 

 

 

 

월정사 전나무 숲길,

무릎이 꺾여 쓰러진 전나무를 보았다

거칠게 뜯겨져 나간 둥치의

텅 빈 속, 계곡을 향해 무너져 내린 우듬지에

연둣빛으로 돋아나고 있는 실생,

 

바람으로 생긴 상처자리를 바람이 쓰다듬고 있다

 

뿌리발 내릴 곳 찾아 떠도는

씨앗 하나 가슴에 품고 와

죽음의 자리에 생령의 기운을 떨구어

용서와 화해를 빌고 있다

 

둥치의 우윳빛 속살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형상의 무늬 속

수천 수억의 유선, 어린 생명에게 젖을 물리는

전나무 둥치 속으로 한발 들어서니

머리 위에서 툭,

 

솔방울 떨어지는 소리.

 

 

 

 

 

 

 

* 공장을 찾아오는 손님도 많고 공정감사, 각종 심사도 많다.

손님이나 감사원이 올 때 늘 여직원에게 확인한다.

- 끽다의 준비는 되었니?

네......

- 차는 뭘로 준비했니?

커피요.

- 아니다 손님이 오면 여쭤보고 녹차나 커피 등 따뜻한 건지 차가운 건지 원하시는 걸 드려라.

네.

- 오늘은 까다로운 심사원이니 잔과 잔받침까지 준비해라.

네!

잔소리이긴 하지만 그만큼 까다로운 분에게 접대는 정성이 있어야 한다.

물론 대개는 종이컵에 커피를 드리게 된다.

격식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끽다는 잔과 잔받침이 있는 게 좋다.

잔은 열을 유지시켜 주고 그만큼 시간을 여유롭게 해주어서

대화가 차분해 질 게다.

잔의 잔열이 주는 따뜻함은 상대방의 마음도 따뜻하다고 느끼게 해주기 때문에

대화가 훨씬 부드러워진다.

 

그리고

마음이 어지러울 때에도 따뜻한 끽다로 다스려야

머리에 월정사 솔방울이 툭,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