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어떤 날들이 찾아왔나요 [유희경]

JOOFEM 2014. 11. 2. 21:30

 

                                                       오늘 날씨는 조렇게 딱 한시간만 파란 하늘이었고 계속 흐린 하늘이었다.

 

 

 

어떤 날들이 찾아왔나요 [유희경]

 

 

  어떤 날들이 찾아왔나요 낯선 구름이 드리워진 푸른 초원에는 양 떼 같은 빛자국 말도 못하는 울음 그건 대체 무슨 색인가요

  답할 줄 모르는 어리석은 마음이 소낙비처럼, 닿지는 않고 젖어갑니다 당신은 알고 있을까 울음이 어디까지 갔는지 자취는 보이지 않고 멀리 가는데

  밤이 찾아오고 몰래 초원의 들판이 아득하게 덮여 구름과 구별되지 아니할 때 자박자박 발자국을 내는 것은 달빛이 아닐 거예요

  그 밤엔 낡고 흐린 담요를 덮어줄게요 당신은 당신을 키워요 당신을 삼켜요 당신을 비밀로 삼아요 나는 당신을 업고 밤을 다 걷겠어요 그러니 아무도 몰래

  아무도 몰래 어떤 날들이 찾아왔나요 당신과 내가 서 있는 이 초원 위엔 목마른 안타까움이 떠돌고 밤은 아직도 한참인데,

 

 

 

 

 

 

 

 

 

* 어릴 때 여자친구가 있었다.

친구는 비밀스럽기도 하고 담소하는 걸 좋아했다.

늘 도시락을 같이 까먹고 도서관에서 함께 공부를 하였다.(그렇다고 내가 학구적이었다는 건 아니다.)

어떤 날 다방에 앉아서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카페 '레떼' 얘기가 나왔다.

종로삼가의 어딘가에 있다고 했고 추운 겨울에 들어가보니

난로위에는 큰 주전자에 물이 끓고 있었고

흘러나오는 음악은 어땠고 분위기가 좋았다는 등의 여자친구의 얘기......

말미에 어떤 선배와 차 마시러 갔는데 선배가 사랑을 고백해서

어쩔줄 몰라 하다가 거절하고 돌아섰다는 얘기......

사실 카페'레떼'를 가게 되면 나도 사랑을 고백하려고 했는데

그얘기를 듣고 아득한 초원위에 흰구름이 나타났다 먹구름이 나타났다 헛것들이 보였었다.

결국 레떼에 가서 고백을 하면 퇴짜를 맞겠다싶어 끝내 가보지 못했던,

가슴 아프지만 지금으로선 잘했던 일로 여겨지는 추억이다.

다시 그 어떤 날이 찾아온다 해도 또 헛것들이 보였을 게다.

아무도 모르라고 내게 찾아왔던 어떤 날,

당신은 어떤 날이 찾아오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