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먼 나무의 기억 [김명리]
JOOFEM
2014. 11. 16. 21:44
먼 나무의 기억 [김명리]
가까운 곳에 있어도 먼 나무
먼나무라는 이름의 나무가 있다
먼 나무의 일렁이는 나뭇잎 속으로
오방색으로 흩어지는 저녁의 잔광
먼나무를 오래 그리워하면
두 눈이 멀게 될 것만 같아
나는 먼 나무 곁으로 가지 못했다
살아서는 아직 한 번도
그 꽃을 보지 못한
먼나무의 붉은 열매와도 같은
슬픔의 적막한 좁은 미간 위에서
자꾸만 푸드덕거리는 긴 긴 여름 일몰 시각
먼나무 속으로 들어가서는
다시는 되돌아 나오지 못하는 새들이 있다
* 마음속에 존재하는 나무에는 먼나무도 있다.
먼나무에는 자아가 도사리고 있고
자아의 발현을 꿈꾸며 끊임없이 일렁이고 푸드덕이지만
먼나무에 들어갔다가 두 눈이 멀고 감금된다면
'나'는 없는 것이다.
또다른 내가 먼나무일 수도 있고
혹은 가족중에 누군가가 먼나무일 수도 있다.
감금되어 날지 못하는 새가 될 것인지
멀리서 먼나무를 사랑하고 그리워하며 자유를 구가하는 새가 될 것인지
그것은 어린날의 기억속에 답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