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플래카드 [신미균]

JOOFEM 2015. 1. 29. 23:30

 

 

 

 

 

 

플래카드 [신미균]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을

가득 안은 플래카드가

그 바람을 감당하지 못해

힘겨워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버티다가는

갈기갈기 찢겨져

날아가버릴 것 같은데

 

어떤 사람이

사다리차를 타고 올라가

커다란 구멍을 뻥, 뻥,

뚫어주었습니다

 

보낼 건 보내고

버릴 건 버리고

 

감당하지 못할 바엔

가슴에 구멍 몇 개 뚫는 것도

나쁘진 않습니다

 

 

 

 

 

 

 

* 구멍이 뚫리지 않은 플래카드는 가끔 바람이 심하게 불 때

찢어지거나 완전 분리되어 땅바닥에 떨어진다.

일종의 모난 돌, 정 맞는 것과 같다.

삶도 버틴다고 되는 게 아니고 때로는 버리고 보내고 잊어야 하는 것.

구멍을 뚫어야 살 수 있을 게다.

이 시는 신미균시인의 시집 '웃기는 짬뽕' 맨 마지막 작품이다.

신미균시인의 시는 마치 플래카드에 구멍 두 개를 뚫어놓은 듯

시를 읽는 시민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준다.

유쾌 통쾌 상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