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오래 사는 법 [신미균]
JOOFEM
2015. 3. 14. 09:21
인터넷에서 퍼옴.
오래 사는 법 [신미균]
금방 낳아놓은 뽀얀 달걀을
당연한 듯 가져가는 손등을
부리로 찍어버리려다
슬그머니 뒷걸음질쳐
발톱을 쓱쓱 갈아
땅바닥을 마구 파헤치다가
애벌레라도 한 마리 얻어걸리면
이리저리 작신작신 쪼아버리다가
마당 몇 바퀴 돌고
찬바람 좀 쐬고
물 한 모금 마시고
크게 한 번 날갯짓한 다음
횟대 아래
구석진 곳 찾아들어가
스르르 졸고
* 빼앗기는 것, 손해 보는 느낌을 느끼는 것, 억울한 것, 억눌리는 것......
새치기 해서 빨리 가는 사람은 입이 째지겠지만
새치기 당한 사람은 분노에 치를 떤다.
금방 낳은 뽀얀 달걀을 빼앗기고도 힘이 없어 저항할수 없는 약자.
약자의 심정을 누가 알아주나.
분노를 조절하려고 구석진 곳에 찾아가는 약자의 모습이 안타깝긴 하나
하루 삼분지 일을 잠을 자도록 만든 조물주의 은혜로
분노를 조절해가며 살 수 있다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자고 나면 책상에 이런 문구를 적어 놓으리라.
- 이 또한 지나가리니!
- 이것이 인생이다.
- 무소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