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새봄의 기도 [박희진]

JOOFEM 2015. 4. 2. 23:09

 

 

 

 

 

 

 

새봄의 기도 [박희진]





이 봄엔 풀리게 
내 뼛속에 얼었던 어둠까지 
풀리게 하옵소서.
온 겨우내 검은 침묵으로 
추위를 견디었던 나무엔 가지마다 
초록의 눈을, 그리고 땅 속의 
벌레들마저 눈 뜨게 하옵소서.
이제사 풀리는 하늘의 아지랑이,
골짜기마다 트이는 목청,
내 혈관을 꿰뚫고 흐르는 
새 소리, 물 소리에 
귀는 열리게 나팔꽃인 양,
그리고 죽음의 못물이던 
이 눈엔 생기를, 가슴엔 사랑을 
불 붙게 하옵소서.


<청동시대(靑銅時代), 모음출판사, 1965>

 

 

 

 

 

 

 

 

* 일천구백팔십일년 캠퍼스에서 처음 뵈었을 때

마치 도인과 같은 모습이었던 박희진 시인.

그래봐야 삼십오년전이니 시인님의 나이 오십.

하얀머리를 휘날리며 캠퍼스를 누비던 시인은

그 당시 구상, 성찬경시인과 시낭독운동을 하던 때다.

평생을 결혼도 하지 않고 홀로 살며 오직 시낭독운동을 하던

시인이 타계하셨단다.

하늘나라에서 새봄의 기도처럼 생기와 사랑이 불 붙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