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Love Adagio [박상순]
JOOFEM
2015. 6. 7. 23:25
Love Adagio [박상순]
아직 덜 마른 목재들이 마르는 소리
― 그의 무른 몸이 내 지붕에 닿았다가
떨어지는 소리
아직 덜 마른 그의 몸이 마르는 소리
― 그의 불행이 내 지붕에 닿았다가
떨어지는 소리
아직 덜 마른 짐승의 살이 마르는 소리
― 아직 눅눅한 그의 몸이 내 지붕에 닿았다가
떨어지는 소리
* 주일 오후 네시는 가장 한가한 시간이다.
무얼 할까,하다 '화양연화'를 보기로 했다.
이 영화는 많은 친구들에게 회자되었지만
정작 나는 이 영화를 보지 못해 늘 아이솔레이션(isolation)을 느끼곤 했다.
집에 있는 티비는 엘지유플러스에서 인터넷, 전화, 핸드폰과 묶어서
무료영화가 꽤 있다.
그래서 '화양연화'를 보게 되었다.
아마 누구에게나 화양연화와 같은 아름다운 청춘의 때가 있었으며
스치듯 지나간 아련한 사랑이야기가 분명 있을 테다.
양희은이 부른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처럼 이루어지진 않았어도
그 순간만은 첫키스의 추억처럼 온전히 기억되는 게 분명하다.
그 순간은 덜 마른 목재들이 마르는 소리를 냈을 것이나
이제 다 말라서 비밀의 문틈으로 숨어들었을 게다.
화양연화만이라도 천천히, 오래오래 기억되고 간직할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