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수레국화 [이규리]
JOOFEM
2015. 9. 29. 10:22
수레국화 [이규리]
오늘 이곳엔 한 사람만 빼고 다 왔습니다
마당엔 옛 주인이 피운 꽃들 한창이네요
파란 수레국화를 보셨나요
그는 이제 올 수 없는 사람인지
파란 색, 문득 빈자리의 빛깔 같습니다
기억은 참 자주 밟히곤 합니다
멀리 있는 음식을 집을 때 누군가 접시를 가까이 옮겨주었는데
잠깐,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빛깔을 없는 곳에서 보았습니다
오늘 이곳엔 한사람만 있습니다
눈에 밟힌다는 말,
밟는 사람이 더 아픈 이런 장면도 있네요
잡담이나 웃음소리들이 겉도는 저 아래쪽은 축축한 그늘
파란 수레,
그 바퀴에 이미 추운 생이 감겨버린 듯
감겨서 굴러간 듯
오늘 이곳엔 나만 빼고 다 있습니다
* 해마다 추석이면 식구들이 모인다.
어느 순간부터 한 사람 빠지고 모인다.
또 어느 순간엔 둘이 되고 셋이 되고
해마다 같은 식구수는 아니다.
물론 자식이 번성해서 실제로 식구수는 는 것일 게다.
멀리 있는 접시를 옮겨주던 식구가 보이지 않을 때의 슬픔이란
수레국화의 파란색과 같다.
정을 느끼러 왔는데 정은 못느끼고 눈에 밟히는 아픔이란
수레국화의 파란색과 같다.
느낄 수 있는 정은 느낄 수 있을 때 느껴야 한다.
시간은 지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나간 끝은 밟는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이번 추석에 모두들 정을 듬뿍 느끼고 왔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