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아득히 [최승자]

JOOFEM 2016. 8. 6. 15:27


                                                                                                      게다가 노 조차 없는 빈 배다.







아득히 [최승자]





아득히 먼 과거인지

아득히 먼 미래인지

내 始源痛은 어디에

매달려 있는지 몰라

하루 울고 이틀 울고

사흘 울어도 그것을

난 몰라 가이없게도

더욱더 깊이 침몰해가는

배 한 척이 있을 뿐






* 어제 광화문에서 K선배를 만났다.

손에는 최승자의 시집 '빈 배처럼 텅 비어'를 들고 있었다.

읽을만 하세요? 물었더니

단숨에 다 읽었다는 거다.

시집 한 권을 단숨에 다 읽었다는 의미가 무엇인가.

제목처럼 텅 비어있는 시들을 읽었다는 말이다.

차라리 이 시집은 내지 말았어야 했다는 생각도 든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시인과 시민들이 그녀의 시를 좋아했던가.

측은한 마음도 들어 그 중 한 편을 올린다.

항상 승자로 살았던 인생인데 말년까지 패자가 아닌 승자로 살아가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