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나만 울다 [김윤선]

JOOFEM 2016. 11. 16. 07:54








나만 울다 [김윤선]




살아보려고

맨홀 뚜껑 옆

꽃대를 올렸던 노란 민들레

길바닥에 뿌리를 드러낸 채 웃고 있다


찍힌 뿌리가 아프지 않은지

하찮은 꽃이었던 게 억울하진 않은지

눈부시니 봄날, 한번

피워봤으니 그만이라고

냉이, 민들레, 이름 모를 잡초들

글썽이며

거칠게도 뽑히며

비바람 속에서도 웃는다

나만 자주 울었다








* 박토에서 잡초로 태어나 꽃 한 번 피우지 못하고 죽어간

무수한 잡초들보다 꽃을 피우고 살아가는 잡초라면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신의 뜻이 담긴 꽃 피우는 일을 해낸 것만으로도 장한 게다.

옥토에서 태어난 화려한 꽃보다

박토에서 꽃을 피워낸 그 생명력이야말로 칭찬 받을만 하다.

청춘의 꽃들이여,

울지 말고 웃어야 한다. 청춘이니까. 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