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이따위 곳 [이영광]

JOOFEM 2017. 1. 18. 07:45


                                                                              물반 고기반,일까, 나쁜 놈이 나타났다,일까......







이따위 곳 [이영광]



 

 

 

 

이따위 곳에 왜 날

낳아놓은 거야?

딸이 어미에게 대든다

채널을 돌린다

사람 말고는 누구도

이따위 곳이라고 하지 않는다

누의 살점을 찢고 있는 사자 무리 곁에서

누들이, 제 동족의 피가 튄

풀을 뜯고 있다

울지도 웃지도 않고

먹는다

식사가 끝나자 누도 사자도

발아래 이따위 곳 따위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피 좀 본 거로는 꿈쩍도 않는

노란 지평선을 본다

어쩌다 사람만이 찾아낸

불만의 거주지

혼돈의 부동산

이따위 곳






* 수가 틀리면 이 땅을 떠나야겠다고 소리치는 사람이 있다.

왜 여기가 어때서.

지진이 나는 것도 아니고 총질을 해대는 것도 아니고

폭탄이 터지는 것도 아니고 밤에 나다니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평화인 것과 평화 아닌 것이 공존하는데

왜 유독 이따위 곳이라 하는가.

왜 이런 따위의 곳이 어때서.


요즘 TV 다시보기를 통해 '걸어서 세계속으로'나 '테마기행' 같은

프로그램을 보며 네팔이며 러시아며 페루 따위의 곳을 눈으로 여행한다.

촬영을 평화롭게 하였으니 화면은 지극히 평화롭다.

나레이션조차 그러하다.


내가 있는 이곳에서 수천년전부터 평화인 것과 평화 아닌 것이

공존하기도 하고 반복되기도 하며 지금까지 왔다.

이따위 곳이 아니라 이런 따위의 곳에서 우린 살고 있다.

여기는 이런 따위의 곳임을 알고 족하면 좋겠다.

노란 지평선도 하늘과 닿아있다.

하늘과 닿아있는 이런 따위의 곳에서 우린 살고 있는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