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우체통 [박후식]

JOOFEM 2017. 3. 6. 12:42

                                                                                                                      낮달, 노명희 그림






우체통 [박후식]






설지 않다
강아지와 햇볕이 장난을 친다
우체통이 서 있던 자리
아무나 보면
골목 한 구석에서 뛰어나와 꼬리를 친다
그놈, 천성인가보다
 
빨간 우체통이
허술한 세월의 문 앞에 서 있다
까마득하다
세상이 온통 쥐 잡듯 시끄러울 때
공부하다 말고 쫓겨 온 아들놈 군대 보내놓고
문 밖에 나가 옷가지 기다리던
어미 맘이 저러했을까
우체통이 서 있던 자리
하얀 낮달 그림자



                           - 변경에 핀 꽃, 시인동네







* 골목안에선 아이들이 뛰어놀고

다방구, 망까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등등의 놀이가 있었다.

강아지도 덩달아 이리 뛰고 저리 뛰는 풍경이 있었다.

지금은 도시화가 많이 되어 골목길이 텅 비었고

아이들은 학원을 가야해서 골목에서 뛰는 일이 없다.

아이들은 자라 군대도 가고 시집장가도 가고

더더욱 골목은 조용하다.

혼자 사는 어미의 마음이 그려진다.

홀로 선 우체통처럼 우두커니 지나간 세월을 반추하며

조요로운 낮달과 그림자놀이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