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사랑의 출처 [이병률]
JOOFEM
2017. 10. 2. 15:39
사랑의 출처 [이병률]
산에서 사랑을 파낸다
새 떼처럼 마음이 운다
사랑에게 손을 뻗어 손을 달라고 했다
눈에 파묻힌 사랑은 손에 뿌리를 꼭 쥐고 있었다
사랑은 손을 내미는 대신 일생에 단 한 번
여름이 올 것이라고 했다
그 여름이 오면 대륙 깊숙이 이 뿌리를 심어달라 했다
그 뿌리 속에 최선이 들어 있다고 했다
치밀한 여름이 왔다
여름의 조각들이 대륙을 붙들지 못해서
사랑은 뿌리가 드러났다
한사코 표식을 드러내겠다고
겹겹의 세계 바깥으로 나오고 만
사랑의 뿌리를 파낸다
사랑은 뿌리여서 퍼내야 한다
뿌리가 번지고 번져서 파낼 수 없게 되어서
다시 되묻는다
온몸에 열이 펄펄 끓기 시작한다
사랑이 끝나면 산 하나 사라진다
그리고 그 자리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
퍼다 나른 크기의 산 하나 생겨난다
산 하나를 다 파내거나
산 하나를 쓰다 버리는 것
사랑이라 한다
* 사랑은 뿌리로부터 온다.
우리가 해마다 한가위가 되면 철새처럼
귀소본능으로 뿌리를 찾아 떠나간다.
큰 산 하나를 오르며 뿌리를 더듬고 이게 나의 뿌리야!
이게 사랑이야!를 외치며 마음이 평안해진다.
(추석은 단순한 명절이 아니고
나의 사랑을 찾아 떠나가는 여행입니다.
주페하우스에 오시는 분, 모두 넉넉하고 행복한 평안을 누리시길 빌고
평안을 닮은 보름달 하나씩 가슴에 품고 돌아오시길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