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곁 [민왕기]

JOOFEM 2017. 10. 24. 16:58

 

 

 

 

 

 

 

곁 [민왕기]

 

 

 

 

 

  곁을 준다 줄 것이 없어서 오늘은 곁을 주고 그저 머문다

  구름 곁에서 자보고 싶은 날들도 있지만

  내일은 그냥 걷다 옆을 주는 꽃에게 바람이 마음 준 적 있

는지 묻겠다

  곁이 겨드랑이 어느 쪽인지, 옆구리 어떤 쪽인지

  자꾸 사람에게 가 온기를 찾아보는 쓸쓸이 있어

  나는 간혹 몸 한 켠을 더듬어볼 텐데

  야윈 몸에 곁이 돋으면 너에게 가겠다고 편지하겠다

  곁이라는 게 나물처럼 자라는 것인지

  그리하여 내가  내 곁을 쓸어 보는 날엔

  나무가 잎사귀로 돋는 곁이 있고 별이 빛으로 오는 곁도

있다고 믿어보겠다

  가령 어느 언덕배기 세상에 단 둘이 곁으로 사는 집, 비추

는 달빛도 있다고 생각하겠다

  고작해야 이 삶이 누군가의 곁을 맴돌다 가는 것일지라도

  곁을 준다 줄 것이 없어서 곁을 주고 세상의 모든 곁이 다

그렇다

 

 

                                      - 아늑, 달아실, 2017

 

 

 

 

 

 

 

 

 

 

 

* 곁은 준다는 것은 마음을 준다는 거다.

마음을 준다는 것은 내 모든 것을 준다는 거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게 남의 마음을 얻는 것인데

마음을 준다는 것은 그마만큼 크낙한 사랑이라는 거다.

누구에게 곁을 내어주고 누구의 곁에서 사랑을 느낄 것인가.

사랑지수가 가장 높은 이는 神이지만

그 다음은 부모요, 자식이다.

그 다음은? 또 그 다음은?

곁을 내어주는 친구가 많아야 행복지수가 높아질 게다.

바람, 햇살, 꽃향기, 구름, 魚樂, 기타소리, 남저음 목청......

가을이라 곁을 내어주는 넘들이 많아졌다.